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 (창작과비평사), 2008. 11. 05.



우리에게 전하는 한 마디

  개개인 모두에게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던 '엄마'의 이미지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신경숙 작가처럼 '엄마'란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을까?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아니 그냥 살아가다보면 망각하기 쉬운 '엄마'의 존재를 우리 마음의 표피 가까이 끄집어내는 소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나직하게 부탁의 한마디를 던지고 가는 소설이다. "엄마를 부탁해."

  먼저, 이 소설의 구조적 특징을 보자면,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이 소설의 엄청난 장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 화자가 아니라 다수의 화자를 통해서 '엄마'를 잃어버린 심정을 말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족 안에 있는 위치에 따라 특정 화자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외에도 '가족의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 또한 읽음으로서 느낄 수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심정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단순히 다양한 시각에서의 엄마를 잃어버린 심정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엄마'가 가지는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들에게 '엄마'란 그냥 그 자리, 그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다. 엄마가 자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뒤바뀌게 된다. 먼저, 자신들이 과연 얼마나 '엄마'에 대해 알고 있었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는 '엄마'와 관련된 기억들을 억지로라도 더 많이 끄집어내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 가까이에서 '수호천사'처럼 돌봐주던 '엄마'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엄마'의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의 의미를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는 엄마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엄마가 가지는 의미만을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엄마와 관련한 기억들까지 모두. 엄마를 찾기 위해 열심히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니지만, 엄마의 잔영의 소식만 듣게 되는 소석 속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특히, 이러한 감정들은 소설 속 화자들이 자신들이 기억하는 엄마와 관련된 사소한 기억들에 흠뻑 빠지면서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절정은 엄마를 찾지 못 해 무기력에 빠진 그들의 모습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우리들을 질타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이 책의 첫 번째 문장인 '엄마를 잃어버린 지 벌써 일주일째다.'는 단순히 소설 속의 상황을 암시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엄마'를 잊어버린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엄마'를 잃어버리는 단계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신경숙 작가는 우리들에게 끝으로 한마디 던지고 간다. "엄마를 부탁해."


2010. 6. 4. 23:21 · RSS · 트랙백 · - 뒤뜰/- 감나무 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