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1인 작은 갤러리를 진행하다가, 정기정 교수님과 공공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의 상황은 떠올려보면, 대지의 4/5를 차지하는 외부 공간에 대하여 일부를 '공적인 성격'을 띠게 하여 일반 대중들이 쓸 수 있도록 한다고 제가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교수님은 과연 '공공성'이 무엇일까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공적인 공간'이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으로는 아마 개방된 공간 혹은 누구나 사용가능한 공간 정도가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이러한 대답에 교수님께서는 '제 생각에는 공간에 대한 기억이 공간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셨습니다. 전까지는 제가 쓰려는 속성 따위에 대해 특별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저로서는 이러한 질문과 교수님의 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여러가지 설계를 진행하느라 자세한 생각은 못 하였지만, 이제 와서 다시금 '공공성'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간 반드시 저와 마주치게 될 문제였으니까요. 과제가 끝나고 과제를 새로 시작하는 다소 여유로운 지금에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사전적 의미의 공공성은 이렇습니다. '나라나 사회에 두루 관계되거나 이용되는 것', '잘 알려진', '열린' 등의 의미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입니다. 하지만 건축설계 하는 데에 있어서 이러한 의미들은 매우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말 할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건축가로서 저희가 '공공성'을 언급할 때는 뭔가 건축가 자신이 일반적인 '공공성'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생각은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한 점 때문에 저는 공공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의문들을 차례대로 나열해보면 먼저, '공공성에 대한 나의 인식, 생각?'이었고, 다음으로 '공간이나 건축물 자체로 공공성을 가질 수 있는가?', '공공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 '자신이 설계하는 데에 있어서 어느 공간에 공공성을 부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설계를 진행한다고 해서 진정으로 공적인 공간이 탄생할 수 있을까?', '개방된 공간이라고 공적인 공간이 되는가?' 등 이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두 의문에 대해서는 답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라는 것이 나올 것 입니다. 이러한 답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의문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그렇다면 공간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저는 정기정 교수님의 답과 이탈리아의 스페인 광장 등을 생각해보면서 '역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지만, '역사성'은 '공공성'과는 다른 성격이라 생각되어 일단 접게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대충이나마 나오게 된 '공공성'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공공성'은 먼저 알려진 정도, 기억하는 사람의 정도와 수평관계, 위계질서에 따라 나뉩니다. 그리고 그 정도와 특성에 따라 세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전자의 경우에는 local publicity, national publicity, global publicity로 나뉜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나뉘는 기준에 대해서는 그 공간이나 건축물에 대해 '아는 사람'의 수나 정도와 그 곳에 대한 '기억(이용 따위의)이 있는 사람의 수나 정도'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공간의 수평관계나 위계질서에 의한 구분입니다. 이 경우, open publicity인가와 closed publicity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publicity인가 이 세가지로 나뉜다고 보았습니다. open publicity의 경우, 건축물이나 공간의 사용자들은 물론 외부 공간에 있는 대중들도 인지할 수 있는 '공공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closed publicity는 건축물이나 공간의 사용자들만이 인지할 수 있는 '공공성'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단순한 건축적 요소에 의한 공간의 개방만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적인 것에서 오는 '공공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가 '공공성'에 대하여 구분하게 된 데에는 '공공성'을 갖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공간이나 건축물의 조건'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정기정 교수님의 답을 들은 뒤로 '개인적, 사회적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전자의 조건은 개방된 정도나 위치나 배치 등이 있겠고, 후자의 조건에는 아는 것과 기억, 느낌 등이 있겠습니다.

  제가 '공공성'에 대해서 아직 '뭐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정도로 더 깊게 생각은 하지 못 하였지만, 대충 생각을 정리하자면 위의 글 정도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두고 나니 '공공성'이란 단순히 의도만 가지고 설계에 적용하기에는 아무래도 '위험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